야채와 닭고기를 넣은 볶음면 타미 고렝(출처 = 께뚯 에디 다누수기따 (발리 주립 폴리테크닉 대학)
야채와 닭고기를 넣은 볶음면 타미 고렝(출처 = 께뚯 에디 다누수기따 (발리 주립 폴리테크닉 대학)
국물(Kuah)있는 미고렝(출처 = 께뚯 에디 다누수기따 (발리 주립 폴리테크닉 대학)
국물(Kuah)있는 미고렝(출처 = 께뚯 에디 다누수기따 (발리 주립 폴리테크닉 대학)

【서울 = 다문화TV뉴스】 현시내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교수 = 전 세계에서 면 요리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어디일까? 앞서 베트남의 "퍼”나 태국의 "팟타이”의 역사적 기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중국이다.

그렇다면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면 요리나 제품을 소비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스파게티의 나라 이탈리아, 라면의 나라 일본이 아닌 바로 인도네시아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밀을 재배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지 못한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미(Indomie)"라는 회사가 1982년에 야심 차게 "미고렝(Mi Goreng)" 라면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이 인도미 미고렝이 인도네시아를 넘어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까지 닿을 거라고 기대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도 유명한 "미고렝"이라는 밀면으로 만들어진 볶음국수를 소개하면서 "인도미 미고렝"을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는 어찌 되었건 간에 인도미 미고렝의 흥행이 "미고렝"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도미 미고렝이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가장 큰 이유가 저렴한 서민 음식이기 때문이다.

앞서 베트남의 "퍼"가 그러했듯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면 요리는 중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타국에서 주리고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재료로 면 요리를 하고 이를 현지인들과 나누면서 시작했다.

그래서 동남아시아에서 면 요리 문화는 화교나 화인들이 고향의 음식을 먹으면서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도 익숙지 않은 재료로 자신에게 익숙한 맛을 찾아야 했던 현지화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이 제일 먼저, 그리고 직접적으로 상대했었던 동남아시아의 서민들과 어떠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러한 사연을 엿보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미고렝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현시내 박사는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동남아시아 지역학으로 석사,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위스콘신주립대-화이트와터에서 조교수를 지냈다. 2020년 9월부터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태국의 냉전 시기 정치사와 국경지대의 소수민족문제, 미국의 냉전 시기 대동남아 정책을 연구해왔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글과 강연으로 나누고 있다.
현시내 박사는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동남아시아 지역학으로 석사,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위스콘신주립대-화이트와터에서 조교수를 지냈다. 2020년 9월부터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태국의 냉전 시기 정치사와 국경지대의 소수민족문제, 미국의 냉전 시기 대동남아 정책을 연구해왔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글과 강연으로 나누고 있다.

 

필자의 친구가 직접 만든 미고렝(출처 = 엘리자베스 아띠 울란다리 클락슨 대학교 인문사회학부 조교수)
필자의 친구가 직접 만든 미고렝(출처 = 엘리자베스 아띠 울란다리 클락슨 대학교 인문사회학부 조교수)

△미고렝 :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미고렝을 비롯해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소토 아얌(버미셀리를 넣은 닭고기 국수)이나 락사(코코넛 밀크와 타마린드 과육으로 맛을 낸 커리같은 국물 국수)과 같은 면 요리들은 대부분 중국인들이 이주하면서 가지고 온 밀면이나 쌀국수가 인도네시아에서 대중화되면서 만들어진 음식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도네시아만의 면의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최대 해상제국으로 13세기부터 16세기까지 자바섬에 근거지를 두었던 마자파힛 제국의 유적지에서 나온 비문을 보면 "버미셀리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버미셀리는 이탈리아에서는 얇은 스파게티를 의미하지만, 아시아에서, 특히 중국과 중국의 면 문화를 받아들인 동북,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당면을 의미하거나, 가늘게 뽑아낸 쌀가루로 만든 국수를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는 "비훈"이라 부르는데 광동성 출신의 호키엔(福建人 복건인)이 쓰는 미분(米粉)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미고렝에 들어가는 면은 밀면으로 풍미를 살리고 식욕을 돋우기 위해 달걀을 넣어 노란색을 낸 달걀면이라고도 불리는 면을 주로 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박미(Bakmi)"라고 부른다.

중국인 이주자들이 인도네시아로 가지고 온 볶음국수 요리는 차오몐(炒麵)이라고 불리는 요리로 익힌 면에 고기와 야채를 넣고 볶은 것이다. 미고렝은 께짭 마니스(Kecap Manis)라 불리는 단 간장으로 맛을 낸다.

취향에 따라 께짭 아씬(Kecap Asin)이라 불리는 짠 간장을 단 간장과 섞어서 맛을 내기도 한다.

중국식 차오몐은 돼지고기나 돼지비계 기름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무슬림이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새우, 닭고기 혹은 쇠고기를 쓰거나 달걀로 단백질을 보충한다.

향신료의 천국인 인도네시아는 고추와 후추를 넣어 께짭 마니스의 단맛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완성된 미고렝에 튀긴 샬롯이나 마카데미아처럼 생긴 쿠쿠이 열매(Kemiri)를 뿌려 고소한 향을 더하거나, 삼발(고추와 향신료를 섞은 매운 소스)을 추가해 매운맛을 더한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도 미고렝(Mee Goreng)이 있지만, 이 두 곳의 미고렝은 인도 남부지역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인도 음식에 종종 들어가는 향신료나 양고기, 염소 고기가 쓰이고, 달걀면 대신 쌀국수나 비훈이 쓰인다.

이 두 나라에서 미고렝을 대중화한 이들도 인도 남부지역의 타밀 나두주 출신의 무슬림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미고렝 종류 중에 "마막 미고렝(Mamak Mee Goreng)"이 있는데, 여기서 "마막"은 타밀어로 "삼촌"이라는 뜻으로, 인도식 미고렝이라는 의미로 만들어 진 이름이다.

해상무역의 거점에 있다 보니 서구의 영향도 흡수해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미고렝에는 토마토소스가 들어가기도 한다. 특히 페낭의 미고렝은 간장의 갈색보다 토마토소스의 빨간색이 더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인도네시아식이든 말레이시아식이든 기본은 채소와 고기를 마늘과 양파 혹은 샬롯을 넣고 볶은 뒤 미리 익혀놓은 면을 넣은 뒤 단간장과 양념을 넣고 볶는다. 예전에는 밀면이나 폭이 넓은 쌀국수면을 주로 썼지만, 이제는 조리가 쉽고 빠른 라면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리가 바로 인스턴트 라면으로 만든 미고렝, "미고렝 인도미"이다.

한국에서 산 인도미 미고렝(출처 = 현시내)
한국에서 산 인도미 미고렝(출처 = 현시내)

△인도미 미고렝 : 인도네시아에 처음 인스턴트 라면이 소개된 건 1969년이다. 초기에는 밀이 주식도 아니고 밀 재배 국가도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라면이 팔릴까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저렴하고 조리나 보관이 쉽다는 인스턴트 라면의 특성이 개발독재 정권이 이끄는 혹독한 근대화 시대를 살고 있었던 인도네시아인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는 결국 1972년 "인도미"라는 인도네시아 인스턴트 라면 브랜드의 등장과 닭고기 육수 라면 "인도미 꾸아 라사 깔두 아얌(Kuah Rasa Kaldu Ayam)"의 출시로 이어진다. 

인도미가 "미고렝" 라면을 선보인 것은 1982년이다. 당시 출시된 라면 대부분이 한번 튀긴 면을 뜨거운 국물에 넣어 먹는 일본식 라면의 전형을 따랐는데, 인도미는 아예 국물을 없애버린 건조면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미 미고렝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스에도 있었다. 인도미의 식품 개발팀은 인도네시아 전통 요리의 향과 식감을 미고렝에 더하는 시도를 했고, 그래서 "미고렝 른당(Rendang)", "미고렝 짜베 이조(Cabe Ijo, 초록색 고추)", "미고렝 아얌 게쁘렉(Ayam Geprek, 바삭한 닭고기를 으깬 뒤 삼발 소스와 섞은 요리)" 등을 비롯한 수십 가지의 인도미만의 미고렝 맛을 개발해 냈다.

이외에도 기존의 라면 스프가 분말인 반면에 인도미는 액체 소스를 활용하고 실제 미고렝을 먹는 기분이 나도록 튀긴 양파나 샬롯을 추가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도미는 인도네시아 인스턴트 라면의 대명사가 되었고, 인도네시아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면 소비국가로 만들어냈다.

세계 인스턴트 면협회(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에서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이 2021년에 소비한 인스턴트 면 요리가 총 132억 7천만 명분에 달한다고 한다.

2020년 3월 글로벌 팬데믹 선언 이전부터 현재까지 인도미의 인도네시아 라면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다. 

인도미가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맛, 저렴한 가격, 인도네시아 음식의 향과 풍미를 끌어낸 창의성, 광범위한 선택 범위, 그리고 조리의 용이성 등은 분명 성공을 이끌어낸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인도미라는 브랜드를 소유한 "인도푸드(IndoFood)"가 인도네시아의 최대 재벌기업 중 하나인 "살림 그룹(Salim Group)”의 계열사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살림 그룹의 설립자인 화교 출신의 린 샤오리앙(Liem Sioe Liong)은 독재자 수하르토의 친분을 통해 살림 그룹을 인도네시아 경제 생산량의 5%를 차지하는 광대한 비즈니스 제국으로 만들었다.

그런 대기업이 보가사리(Bogasari)라는 제분소와 인도푸드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최대규모의 면제조 기업을 양쪽에 끼고 뒷받침했으니 인도미의 시장점유율이 70%라는 사실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인도미의 번창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소비자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미가 유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천만 명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저렴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한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인터뷰를 보면 "2천500루피아(한화로 220원)짜리 인도미 한 봉지를 사고 3천 루피아(한화로263원)을 주고 달걀을 사서 양배추, 마늘, 고추를 넣고 끓이면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인도네시아에 온 중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값싼 야채를 면과 볶아 먹은 한 끼 식사가 인도네시아의 미고렝이 된 것처럼 인도미 미고렝이 인도네시아의 대표 라면이 된 데에는 저렴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야 했던 서민들이 있어서였다.   

필자도 유학 시절에 인도미 미고렝을 많이 먹었다. 주변에 진짜 "미고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인도네시아 친구들도 있었고, 인도네시아 식당이나 미고렝 비슷한 것을 만들어 팔던 중국 식당도 많았지만, 시간, 돈, 에너지 모두를 절약해야 했던 유학생들은 인도미 미고렝 한 봉지에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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